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제313군부대 산하 "8월25일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2015.11.23/뉴스1 © News1 장인범

 

 

북한의 "물고기잡이 사업"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주요 치적사업 중 하나로 집권 후 부터 대대적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어업 확장 방식은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인력이 가장 많은 군에 "수산사업소"를 재편배치했습니다.
이같은 결정은 그러나 김정은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기도 합니다.
"선군"에서 벗어나 당 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군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군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함과 함께 식량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울러 그간 거의 손을 대지 못했던 바다를 통한 먹거리 생산을 통해 단기간의 뚜렷한 성과를 냄으로써 주민들의 민심을 얻겠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해 1월 "인민생활 향상에서 수산 부문은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며 "우리가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예비는 바다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어업 확대 기조는 비교적 순탄하게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수시로 동해 및 서해 각 어장에서의 "만선", "대풍어" 소식을 전하기 바빴고 김정은 역시 "비린내 냄새를 맡으니 정신이 맑아진다", "어깨춤이 절로 난다"며 물고기잡이를 더욱 독려했습니다.
그러던 북한 어업 확장의 전선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올해 초부터입니다.
그간 충실하지 못했던 어업을 갑자기 추진하다보니 여러 물자와 인력이 부족해 동해 오징어 어장과 서해 어장 일부를 중국과 "거래"했다는 정황이 나타난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의 어선들이 북한 해역에 들어와 자유롭게 어로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보장하는 대신 이에 대한 대가를 어획물이나 돈으로 받는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북한과 중국의 "백두산 거래"의 역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어장 문제도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것 보다 훗날 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우려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최근에 불거졌습니다.
동해와 맞닿은 일본 거의 전 지역의 해변에서 북한에서 떠내려온 목선들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들 목선들은 "군의 관리를 받은 민간 어선"으？？？ 추정되는데 위성항법장치(GPS)도 달리지 않은 일부 목선에선 싸늘하게 식은 북한 주민들의 시신도 상당수 발견돼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2013년에 80척, 지난해에도 65척이 일본 해역에 떠 내려왔으며 올해도 34척이 발견된 상태라고 합니다.
이들은 대대적인 물고기잡이를 위해 허름한 배라도 몰고 바다로 나갔다가 조난된 채 그대로 떠내려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군이 어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의 주민들이 동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년 기념식에서 모처럼의 육성연설을 통해 "인민"을 90번 넘게 외치며 인민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랑해 마지 않겠노라고 수십 차례 외친 인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고기잡이를 위해서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목선에 몸을 싣고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망망대해 어딘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누리지 못할 어떤 성과를 위해서 말이죠.


서재준 기자(seojiba@)